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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학기 때는 학생 수도 많고 새내기들이 개념이 없어서 수업 때마다 힘들었는데 확실히 계절학기라 그런지 학생들이 개념탑재 상태여서 수월했다. 수업이 매일이라 힘들긴 했지만 다들 열심히 하는 모습이 보기 좋아서 마냥 흐뭇하기만 했다.
어제는 그 마지막 시간으로 시험을 보면서 산뜻하게 계절학기 마감을 장식하려고 했다. 아, 근데 막판에 산뜻하지가 못했다.
학생 하나가 계산기 테두리에 연필로 무엇을 적어놓은 것을 발견했다. 그 계산기는 그 학생의 것이 아니었고 다른 학생 것을 빌린 것이었다. 그런데 그 계산기의 주인공은 내가 예쁘게 보았던 학생이었다. 아;;
물리를 처음 듣는 친구가 수업 때도 열심히 참여하고 시험 보는 날도 오전에 찾아와서 이것저것 물어서 예쁘게 생각했는데 이럴수가...
그래서 그 학생 둘은 시험 성적을 0점 처리를 하기로 하고 연구실로 올라왔다.
부정행위를 잡는 것은 학생도 기분 나쁘겠지만 잡는 사람도 기분이 많이 안 좋다. 어느 누가 남의 시험지를 압수하는 것이 기분이 좋을까.
어제는 계산기의 주인이 오늘은 그 계산기를 들고 있다가 걸린 학생이 차례로 찾아와 이야기를 했다. 내가 나의 기준과 입장을 설명하니 둘 다 수긍하고 돌아갔다. 내가 학생들을 예뻐하고 열심히 하는 모습을 봤더라도, 그리고 그 학생들이 거기에 적힌 것을 보지 않았더라도 그것을 그냥 넘어갈 수는 없는 문제이다. 내 기준이 흔들리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학생과 이렇게 저렇게 좋게 이야기를 하고 난 마음이 무겁다. 착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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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행위
| 2009/07/29 12:05
전기역학 시험시간이었다. 수강인원이 많아서 시험을 평소 수업이 있는 물리B동 1강의실이 아닌 이학부 대강의실에서 쳤다. 한학년 전체(300여명)가 다 들어갈만큼의 크기는 되는, 그야말로 대강의실. 교수님도 참, TA 한 두명쯤 같이 데려오셨으면 좋을 뻔했다. 시험이 시작되면야 노트고 책이고 전부 가방에 넣고 시작하니까 딱히 부정행위 할 건수가 없다. 게다가 강의실도 옮겼겠다, 책상에 몰래 적는것도 불가능하고. 계산기는 처음부터 못갖고 들어오게 되어있..
돈은 참, 있으면 고맙고 없으면 서럽다.
그동안은 부모님의 원조로 등록금을 충당했다. 조교를 해서 돈을 받더라도 기백만원은 등록금으로 더 내야했기 때문에 참 오랫동안 부모님 피를 쪽쪽 빨아먹은 거다.
하지만 이제 나이도 있고 박사까지 하면서 부모님 돈으로 학교를 다니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지난 학기부터는 인건비 받은 것으로 모아둔 돈으로 등록금을 냈다. 당연히 생활비도 해야 하고 하니 다른 데서 장학금을 하나 더 받으면 등록금 걱정없이 학교를 다닐 수 있고 너무 좋지.
그래서 서울장학생을 신청을 했고 보기 좋게 서류에서 떨어졌다. 이거 뭐;; 자기소개서와 연구계획서 다 공을 들여 열심히 썼다고 생각했는데 부끄럽게 서류전형에서부터 미끄러지니 얼척없기도 하고 당장 등록금이 걱정이다.
월급 빼고는 다 오르는 세상이니 등록금은 이번 학기 또 오를게 뻔하고 조교를 하면서 받는 돈을 제하고도 200만원이 넘는 돈을 마련해야 한다. 다시 통장 잔고가 0원을 찍을 듯.
서울장학생이 떨어지고 선생님께 말씀을 드리고 다른 것을 알아보고 있다고 말씀드렸더니 부모님께서 학비를 안 대주시냐고 물으셨다. 그동안은 대 주셨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고, 부모님도 힘드시니까요. 선생님의 그 말이 왜 이리 마음에 남는지.
사실 대학원씩이나 다니면서 계속 부모님께 손 벌리는 것이 자랑스러운 일은 아니지 않은가. 독립된 인간으로서 스스로의 삶을 꾸려야 할 시기인데... (물론 그래서 우린 다 가난하다)
아, 모르겠다. 뭐 돈이 필요하면 알바라도 하면 되지라고 말할 수 있지만... 뭐, 모르겠다. 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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