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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적 물리학도 레이의 연구실

우주적 물리학도가 되고 싶은 레이의 물리블로그입니다. 물리이야기도 쉽게 소통할 수 있다는 믿음의 끈을 꼭 쥐고 있습니다. by cosmic-ray


쌍화점 (영화 내용도 조금 있어요.)

연말과 연초를 맞아 오랜만에 영화를 몰아보았다. 바쁠 땐 한달에 한 편 보기도 힘들었는데 역시 연말연시의 힘이란! 기다리고 기다리던 <지구가 멈추는 날>은 개봉일날 봐주는 센쓰,를 부려보았지만 실망을 한 가득 품은 채 돌아올 수 밖에 없었고, 오랜만에 본 미야자키 하야오의 <벼랑위의 포뇨>는 21세기에 80년 대식 작화의 따스함을 느낄 수 있어 좋았다. 마지막으로 지난 주말 <쌍화점>을 보고 왔다. 이 영화에 대해서는 별다른 기대 없이 그냥 친구따라 영화관에 간 사연으로, 이러저러한 생각을 할 수 있었다.

벌써 150만 관객이 봤다니, 나도 그 중 1인. 일요일 낮시간 영화관은 꽉꽉 들어차 있었다. 관람객 층도 친구들끼리의 단체 관람, 나홀로 관객, 연인들, 중년의 부부 등 다양했다. 어? 중년의 부부? 멋있다. 우리 아부지 어무이도 손잡고 영화보러 다니시면 좋을텐데...

두 시간이 넘는 영화는 지루하지 않았고 어떤 때는 아름답게, 잔인하게, 화려하게 그들의 사랑을 표현했다. 하지만 정말 꼴불견인 사람들 때문에 영화에 몰입해서 즐기기 힘든 순간들이 있었다. 아 님하 쫌~

쌍화점은 영화 개봉 전부터 왕과 호위무사 간의 동성애를 그렸다,는 이야기가 화제가 되었다. 영화에 조금만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모를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매체에서 동성애다 동성애,라고 떠들었는데 그렇다면 영화를 보러 왔으면 그 정도는 숙지하고 와야지. 둘의 감정신, 키스신과 정사신에서 그렇게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줄 정도로 자신의 불편함을 표현할 필요가 있을까. 나 또한 익숙하지 않은 장면에 어색하게 느껴졌지만 몇몇 사람들의 그 반응들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요즈음엔 정말 왜 그렇게 기본 소양도 없는 사람들이 많을까. 영화 보는 내내 떠들고 전화 받고 으~~ 싫어. 어쨌든 영화가 보기 싫은데 억지로 끌려왔든 뭐했든 간에 큰 소리로 욕하고 야유하고 그러는 몰상식한 짓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마음 속으로 하시라. 여긴 너혼자 영화보는 비디오 방이 아니라고.
 
그만 흥분해 버렸는데 다시 영화 얘기로 돌아가면, 왕과 홍림의 관계에서 홍림과 왕후의 관계로 넘어가는 부분이 조금 어색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쌩뚱 맞달까 좀 갑작스럽달까. 홈림이가 왕만 바라보고 있다가 잠자리 한 번 가진 것으로 감정이 급격하게 이동하는 부분. 가끔 왕후에게 눈길이라도 주고 그랬으면 자연스럽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고 그러면 초반 왕과의 관계를 표현하는데 한계가 있었을 거라는 생각도 들지만 섹스 한 번에 좋아하는 감정이 훅~ 밀려들지는 않지 않겠어?

첫 합궁 때의 정사신은 정말 디테일한 감정을 잘 살린 것 같다. 첫 정사는 실패, 두 번째는 죄책감 등으로 정말 후사를 만들기 위한 목적만 달성, 세 번째는 왕후와 홍림이 그 자체를 즐기고 있는 상황이 그 두 사람의 감정 변화를 정말 잘 표현해준 것 같다. 더불어 길어진 정사에 초조해진 왕의 마음도. 끙-

그 이후의 왕후와 홍림의 다양한 정사신은 다양한 이들을 충족시켜 줄 것 같다. 조인성의 엉덩이를 좋아하는 이들, 정사신이 고팠던 이들. 사실 왕과 홍림의 정사신은 임팩트가 클 뿐이지 분량은 많지 않고 왕후와 홍림의 정사신이 다종다양하다. 개인적으로는 몇몇 장면들은 좀 불필요하게 느껴졌다는 것. 굳이~, 라는 느낌이 드는 것들이 조금 있었다.

최고의 복수는 당신을 사랑한 적이 없다는 것.

영화 후반 부 둘의 칼싸움에서 왕의 자기를 연모하긴 했냐는 물음에 여기서 어떤 사람이 또라이라고 큰 소리로 말해 제대로 맥이 풀렸지만 이를 악물고 그런 적 없다는 홍림의 대답은 가슴을 후벼팠다. 아, 저 말 이상의 복수가 있을 수 있을까. 죽기 직전 왕후가 살아있는 것을 본 홍림이 힘들게 왕쪽으로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는 장면에서 나는 마음이 탁 풀어져 버렸다. 아- 그래 너도 사실 그를 사랑했구나...

영화가 끝나고는 금기의 사랑, 노골적인 정사신 뭐 이런 수식어들 말고 그냥 셋의 감정들에 푹 묻혔다 나온 기분이었다. 마지막에 천산대렵도가 겹쳐지는 모습에서는 어째 <바람의 화원>이 생각나서 혼자 이상한 상상을 하고 말았지만 잘 즐기고 나온 영화.


잘 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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