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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적 물리학도 레이의 연구실

우주적 물리학도가 되고 싶은 레이의 물리블로그입니다. 물리이야기도 쉽게 소통할 수 있다는 믿음의 끈을 꼭 쥐고 있습니다. by cosmic-r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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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1.21 지금 나는 소설을 읽고 있나.(2)

지금 나는 소설을 읽고 있나.

주제 사라마구의 <눈 먼 자들의 도시>를 읽고 싶었는데 학교 도서관에서는 항상 대출중, 예약초과 상태라 읽지 못했어요. 그러다가 영화가 개봉하여 책보다 먼저 영화를 보게 되었죠. 그리고 나서 후속작 <눈 뜬 자들의 도시>를 읽었습니다.

<눈 뜬 자들의 도시>는 <눈 먼 자들의 도시>와 공간적 배경이 같아요. 그 일,이 있고 4년 후의 이야기죠. 하지만 그 백색실명에 대해서는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아요. 일종의 불문율이거든요. 그곳에 새로운 사건이 생겼습니다. 선거를 실시했는데 수도에서의 백지투표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많이 나온거에요. 정권 당국은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재투표를 실시했지만 결과는 오히려 심각해졌죠. 더 많은 사람들이 백지투료를 하였으니까요. 정치가들, 관료들은 백지투표의 원인을 찾으려고 혈안이 됩니다. 처음에는 시민들 사이에 첩자를 뿌려 사건을 캐려고 해요. 하지만 제대로 되지 않자 무작정 실시했던 도청 내용을 빌미로 사람들을 구속하고 수사를 하죠. 그것으로도 해결이 되지 않으니 계엄령도 선포하고 수도를 비우고 떠나 수도를 고립시키죠. 살인과 강간, 온갖 폭력이 난무하는 곳에 수도 주민들을 버려두어 자신들의 잘못을 뉘우치게 만들고 배후를 고백하게 만들려는 속셈이었지요. 하지만 수도 주민들은 자율적인 규칙 속에 별 탈 없이 생활을 유지합니다. 이에 위기를 느낀 고위층은 약간의 장난을 부려 수도에 테러를 행하고는 그것이 백지투표의 배후, 지금 수도에 있는 모종의 집단의 테러라고 언론을 조작합니다. 하지만 수도 주민들은 알아요. 그렇지 않다는 것을. 그들은 침묵의 시가행진을 합니다. 언론은 그 모습을 담으면서 엄청난 폭동이 일어날 것이라고 호들갑을 떨었지만 역시, 그렇지 않았어요. 침묵시위 끝에 수 만의 시민들은 그냥 각자의 자리로 돌아갔거든요.

이야기는 한장의 편지와 함께 조금 다른 국면을 맞게 됩니다. 사건의 배후로 추정되는 인물이 비밀리에 고발을 당하고 정부의 고위층은 수사할 사람을 보내죠. 그 이후의 이야기는 책에서... 이미 너무 말해버렸는지도 몰라요.

저는 그냥 어제 일이 제가 마치 이 소설의 한 장을 읽고 있는 듯한 기분이었다는 말이 하고 싶었어요. 경찰청장인지 하는 분의 성명서 같은 거였죠. 앞뒤에는 이번 사고로 인해 목숨을 잃은 분들에 대한 조의를 표했어요. 직접 읽을 때는 어떤 느낌으로 읽었는지 알 수 없지만 너무 '공식적'이다 못해 그냥 하는 말,의 느낌 밖에 들지 않았어요. 그리고 그 내용은 저를 더 헷갈리게 했죠. 이건 정말 소설인가.

불법 점거와 망루 제작, 위험요소 소지, 경찰 뿐만 아니라 이유없이 지나가는 시민들까지 위험에 빠뜨렸다고 설명했어요. 그 상황을 더는 방치할 수 없어 경찰이 투입되었고 그 과정 중에 사망자가 나온거라고요. 그 글에서는 뭐랄까, 농성자들이 상황을 그렇게 만들었고 책임이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무언가가 있었어요. 그로 인해 목숨을 잃은 사람들은 안타깝지만 이러이러하다.

소설 속 한 장면 같았어요. 고위 관료라는 사람이 대국민 성명을 발표하는 그런 장면... 정확히 표현하지 못하겠지만 그런 생각이 계속 들었어요.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 건가요. 불법행위의 진압도 좋지만, 법적인 것도 좋지만 대화를 시도하지는 않나요, 이야기를 들어주지는 않나요. 목숨을 잃은 경찰도 농성을 하고 있던 사람들도 그 생명은 어떻게 하나요.

어떤 사람들은 말합니다. 아무리 그래도 정당한 방법을 취해야지 불법적인 방법은 안된다고. 하지만 말이죠 아무리 말해도 들어주는 이가 없다면 어떡하죠? '정당한' 방법으로 대화를 시도해도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다면요. 그런 방법을 택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생각해보세요. 이번 일만이 아니라 다른 때도 그래요. 저는 사람들이 공감하는 능력이 너무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자기는 그런 처지에 놓일 일이 전혀 없다고 생각하나봐요. 정당성을 인정하라는게 아니에요. 남의 일이라고 함부로 말하지 말아야 한다는 겁니다. 공감할 수 있는 마음, 그것도 연습이 필요한거에요.


이건 뭐 책 얘기도 사회 얘기도 아니에요. 그저 저의 마음입니다.


Comment 2 Trackback 1
  1. 덱스터 2009.01.21 13:50 신고 address edit & delete reply

    경찰청장은 경찰이 깡패와 다른 이유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걸까요...

    • cosmic-ray 2009.01.23 12:43 신고 address edit & delete

      요즈음 몇몇 人들이 하는 말을 들으면 너무 속이 뒤집어질 것 같아요. 후우- 세상이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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